TRPG

[단상]RPG에서 '실패' 다루기

오테르 2023. 5. 2. 16:57

 부제: 실패도 자원으로 쓸 수 있으니 일부러 망해도 되는가.


 이 글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이런저런 것들을 정리 차원에서 쓰는 것으로 이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 투성이입니다. 
 GM과 PL, 플레이어 캐릭터를 가리키는 용어와 판정에 사용하는 물건이 다양한 것은 알고 있으나 여기서는 편의상 GM과 PL, 캐릭터, 주사위로 통칭합니다. 

1. RPG에서의 '실패'.

 똑같이 '실패'라고 해도 여러 층위가 있다. 판정의 실패, 해석이나 소통의 실패, 팀 구성의 실패(!!), 팀 유지의 실패, 시나리오 목표 달성 실패 등등...
 이 글에서는 "게임 내에서 주어진 목표 달성 실패"를 중심으로 생각하고자 한다. 

 1) 판정의 실패: 주사위 굴림 결과가 실패한다.
 일상다반사이다. 주사위 굴림은 소위 '주(사위)신'께 달린 것이지 인간의 소관이 아니다.어느정도 성공 확률을 높일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펌블이 뜨는 경우도 있는 운의 영역이다. 
 이런 실패를 활용하는 방법은 이미 많은 룰북에서 제시하고 있다. 목표로 한 결과를 주되 패널티를 같이 주는 방법(목표 달성이 지연되어 적과 조우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가끔 "판정 실패했으므로 님캐는 죽었습니다"라는 경우가 보이는데, GM은 주사위 판정으로 사람 잡는 룰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선언하자(가끔 있다)
 이 이야기는 룰북만 훑어봐도 끝낼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해서 여기까지만 한다.

 2) 이야기 상에서의 실패: 이번에 생각해보려고 하는 것.
 단순히 이야기상에서의 실패라고는 하는데, 사실 좀 여러가지이다. 
 첫째로는 캐릭터/멤버의 탈락으로 이어지는 실패이다. 로스트, 게임 오버, 캐릭터의 사망 등등.  이보다 덜한 정도의 실패는 '중간 목표의 실패'이다. 중간에 발생한 전투에서 패배하거나 중요 단서를 얻는 것에 실패하는 등이다. 
 이 둘의 공통점이 "플레이어가 하고자 한 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2. 실패는 이야기의 재료가 되는가.

 결론만 말하자면 그렇긴 한데 조건이 붙는다.  
 중간 과정 상에서의 실패는 캐릭터에게 새로운 역경이 될 것이며, 실패로 끝난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의 발단이 되거나 혹은 비극적 결말로 치달은 이야기가 가지는 카타르시스를 주며 거기서 끝이 난다. 만족스러울 수도, 아닐 수도 있기야 하지만, 그거야 개인의 감상이다. 만족이란 한번에 생산해서 분배할 수 있는 종류의 자원이 아니니까. 
 그럼 따라붙는다는 조건은 뭐냐?

 

3. 그럼 망해도 된단 뜻이네?

  - 이 글이 시작된 이유-

  실패를 원활히 '이야기의 재료'로 만들기 위해서는 만족해야하는 세 가지 조건이 존재한다.


 첫째, 궁극적으로 그 실패는 "세션의 실패"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모두가 이야기를 만든다는 의미에서의 "세션"은 실패하지 않았다. 다만 그 결과물인 이야기가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닐 뿐이다. 
 둘째, 그 "실패"의 결과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목표였던 것이 과정으로(후속 세션이 등장한다), 혹은 극복해야 하는 장애물로 변신한다(최종 목표 달성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구성원, 특히 플레이어가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이 실패는 세션의 참가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실패여야 한다. 
 가장 민감하고도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실패"에는 필연적으로 목표의 실패라는 결과와 함께 그에 따른 리스크, 부담, 패널티, 반동(백파이어)... 통칭 '대가'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1) 목표 실패: 하려고 하던 것을 이루지 못한다
 플레이어는 눈 앞에 놓인 목표가 - 특히 최종 목표가 아닌 중간 단계인 경우에는 - 실패해도 다른 대안이 존재하는 것인지, 혹은 대안이 존재한대도 터무니없이 많은 대가를 요구(고생고생, 세션 시간이 두 배로 늘어짐 등)하는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물론 GM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 목표가 얼마나 이야기의 핵심에 가까운지를 나타내려고 하지만 언제나 이것이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은, 그 이야기가 '미션의 실패'(세션이나 PL의 실패가 아니다!)의 이야기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야기이다. 

 어느 룰이든, 특히나 문제가 주어지고 그것을 해결하는 문제 해결 형태의 세션을 상정한 룰의 경우 세션의 참가자들은 "이 문제를 내가 풀어 보이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전제로 작성된다. 그저 모여서 노는 것을 즐기기에 실패 또한 즐기는 태도가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룰과 시나리오가 참가자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시오"라고 제시하기에, 참가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하고 모인다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단순 비교에 어려움이 있지만 콘솔 게임과 비교하자. 콘솔 게임을 사는 사람은 그 게임을 끝까지 클리어하기 위해 산다. 쌓아놓고 케이스만 구경하거나(쌓게위 소속으로서 말하는데 나는 언젠간 이걸 할 거라는 희망을 산 거고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거다) 게임 오버만 연속으로 당하기 위해 사지 않는다. 이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생각한다. 실제 여러 룰북에서도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지 말라"라고 하고 있기도 하고. 

 즉, 상당수의 참가자들은 퀘스트 달성, 미션 클리어 등의 "목표를 이루고자" 모인다. 암묵적으로 서로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일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GM이든 PL이든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실패의 이야기를 즐기니 실패를 이 세션에 제공하고자 한다는 태도라면 사전에 고지가 필요하다. 사실 RPG 뿐만 아니라 어떠한 목표를 두고 움직이는 집단은 다 그렇다. "우리의 목표"를 확인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룰북과 시나리오는 그것을 고지해주어 같은 목표(문제 해결 성공)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돕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은 다르다면 말을 해야한다. "나는 실패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가끔은 일부러 실패하거나 난관을 선사할 것이다. 최종 목표 달성은 방해하지 않겠지만/최종 목표 달성에서도 그럴 것이다"라고.

 이것을 알리고 서로 타협점을 찾지 않으면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참가자들의 공통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트롤의 탄생이다. 사실 애초에 팀을 모집할 때부터 우리 안에 스파이가 있다, 우리의 지향은 번번히 '그'로 인해 좌절당한다, 너만 아니었으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었어, 뭐 이런 이야기도 수용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모으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참고로 이것을 룰 수준에서 구현한 것이 인세인 특수형이다. 안 해봤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시노비가미도 이런 형식인 것 같다...


 2) 실패의 결과를 인식한다: 과정과 재앙의 차이
 그 때 그거 실패해서 이 이야기가 나온다, 라는 흐름에 대한 반응을 편의상 긍정과 부정으로 범주화하자. 마음에 드는 경우 문제가 안 된다. 그럼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는 과연 왜일까?
 대체적으로 '납득이 안 가서'라고 생각한다. 
 내가 무언가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이야기가 이쪽 방향으로 갔다라는 것을 세션 참가자들이 납득하기 위해서는 개연성은 필수이다. 그것이 이야기의 중간 부분이라면 그로 인한 문제를 수습할 기회를 주거나 최소한 파멸의 어느정도까지, 어느 방향으로 향해 온 것인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 때 우리가 댐을 폭파시키는 이들을 막지 못해 마을이 물에 잠길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대피시키세요." 는 납득하기 쉽다. 인과 관계 파악이 쉽고 해야 할 일도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 우리가 댐을 폭파시키는 이들을 막지 못해 그들이 세계 최강의 연쇄폭탄살인마가 되었습니다. 죽으세요."는 납득이 어렵다. 
 물론 위는 극단적인 경우이다. 하지만 실패의 결과나 실패가 등장한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 갑자기 뚝 떨어지는 재앙이 될 때 세션 참가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란 지극히 어렵다.
 그래서 이런 태도는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왜 갑자기 같은 팀을 때린건가요?"
 "배신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요."
 "어떤 점이요?"
 "거기까진 생각 안 했는데요. 하여간 재밌을 것 같아요."

 머리굴리기를 남에게 위탁하지 마라. 남들이 인과관계를 짜맞춰 주거나, 아니면 재앙을 떨궈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거다. 
 
 정반대 방향에서 최악인 경우도 있는데 아래와 같다.

 

 "제가 여기서 딱 실패하면 아주 끝내주게 망하는 이야기를 말아왔으니까 봐주세요."

 

 ...세션에서 소설쓰지 말기 캠페인이라도 벌일까보다. 이렇게 되면 그 사람의 캐릭터만 주역인 이야기에 나머지 참가자들은 조연 내지는 관객으로 앉혀 둔 꼴이 되어버린다. 


 3) 실패에는 대가가 따른다: 대가는 지불해야만 한다는 것
 2)와 어느정도 연관이 있는 이야기이다. 실패는 그 다음 무언가를 동반한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그것들은 부담과 대가의 형태이지만 조금 분류가 가능하긴 하다. 

 첫째로 룰 외적 부담이 있다. 2)와 같은 이유인데, 이야기의 개연성을 고민하거나 예상 밖의 실패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것은 여럿이 머리를 맞대면 어떻게든 된다. 

 둘째로 룰에 따라 발생하는 부담이 있다. 이건 룰 별로 따로 고려되지 않는게 신기할 지경이다. 일단 내가 플레이 해 본 룰에서만 말해보면...

 먼저 개인의 실패는 개인의 부담인 룰이 있다. 대표적으로 특수형 인세인이 이런 경우인데, 개개인의 목적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실패는 그 한 사람의 실패이자 (심하면)파멸일 뿐이며, 오히려 전체 이야기를 다이내믹하게 만들어주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피아스코나 언성듀엣, 끔찍한 거위들도 이쪽이다. 듣기로는 시노비가미도... 모기국 룰이 대략적으로 이쪽인 것 같다. 
 
 다음으로 개인의 실패가 집단에 미치는 영향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아마도 이게 제일 흔한 경우일 것 같다. 이런 룰들에서는 위처럼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영향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 혹은 룰북에 나온 것에 준해 처리하거나. 

 CoC가 대표적이고, 마기카로기아도 몇몇 경우는 여기에 해당한다. 그 외에 여왕을 위하여 같은 스토리텔링형(?) 룰들도 거의 다 이쪽인데, 이쪽은 대부분 룰 자체에서 '실패'로 규정하는 것들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피아스코 역시 이쪽의 패턴을 따르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이 제일 문제인데... 단체전/협력형인 룰인 경우 한 사람의 실패가 팀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거나, 실패를 부른 사람과 부담을 지는 사람이 별개의 인물이 되는 경우가 있다. 집단 전투를 상정한 블러드 패스, 로그 호라이즌이나 더블크로스가 특히나 이런 식이다. 
 로그 호라이즌은 그나마 시간의 제약과 시나리오 제한기만 제외하면 딱히 손해가 없으나, 블러드 패스는 사망 룰이 존재하고 더블크로스는 침식률이라는 부담이 있다.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마기카로기아도 PC 간 운명변전이 일어나면 분류 상으로는 이쪽이 된다. 운명변전을 떨구는 PC와 그걸 당하는 PC가 별개이기 때문이다. 

4. 실패의 대가가 타인에게 가는 룰?

 주로 데이터가 존재하며 단체로 전투를 수행하는 룰들이 이쪽이다. 이유는 MMORPG의 레이드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정해진 인원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전제 하에 전투가 짜여져 있는데, 한 명이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는(=실패) 역을 하고자 하면 필연적으로 그것은 전투 자체의 실패로 이어지고 만다. 예를 들어 FF14의 흑마도사인데 자기는 빙법사라며 극만신에서 블리자가 블리자쟈만 때리고 있으면 토벌 실패 이전에 파티가 폭발한다. 

 

 여기에서는 실패=의도적인 방기로만 생각한다. 해도 안 되는 것은 결과는 똑같이 실패라도 의미가 다르다. 

 차라리 사전에 어느정도까지 전투를 방기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면 그나마 그에 맞춰서 전투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전투가 벌어지는 때에 와서야 아무 것도 안 하고 서 있겠다고 하면, 이 전투에 이겨야 이야기가 진행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몫까지 나눠 짊어지며 전투를 해야한다. 

 더블크로스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한 명이 시트는 멀쩡한데 사전 고지도 없이 전투를 방기하면 다른 사람들은 제한기 등 한정된 자원을 소모하고, 나아가 침식률까지 더 올라가게 된다. 사전에는 난이도 있는 전투를 원한다고 해 놓고 막상 전투가 터졌을 때 이런 행동을 해버리는 경우가 가장 최악이다. 실패를 원하는 사람만 빼고 나머지가 전부 졈화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싸움이 싫다, 그래서 참여를 안 했다, 그랬더니 동료들이 나만 두고 죽거나 졈화해 나는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다들 나만 두고 가버린다, 슬픈 나... 싸움과 미움으로 가득한 이 세계는 잘못된 세계... 나는 그래도 홀로 평화를 부르짖는다...왱알왱알웅앵웅..."

 이런 스토리는 그 캐릭터만 주인공인 소설이나 게임의 방식이지 RPG의 방식이 아니다. (이래놓으면 꼭 덥크는 PC1이 주인공이란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방식으로 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그 룰의 방식이라는 데에는 난 동의하지 않는다. 세상에 주연조연 갈리는 RPG가 어디있나)

 이 상황에서 타인에게 부담이 가는 것을 줄이려면 GM이 에너미를 엄청 싱겁게 만들어야하는데... 이럴 거면 경험점은 왜 +nn점을 하고 뭐하러 풀 스크래치를 썼으며, 공들여 짜온 에너미를 폐기하고 즉석에서 싱겁게 재창조해야하는 GM의 부담과 아쉬움은 공짜로 보는 것인가 싶다.
 혹은 에너미 설정을 그대로 유지하되 마지막에는 에너미와 방관자의 일기토가 벌어지게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캐릭터만 집중 포화를 맞는 설계로 가야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부담이 줄어드니까.

 그런데 이건 또 싫다고 하잖나. 
 좋아요~ 해놓고 막상 자기만 맞기 시작하면 싫은 기색 엄청 내비치잖냐. 
 
 사족으로 룰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양심이 없어서인지 "실패는 내가 했지만 부담은 나 혼자 지기 싫으니 다 같이 망하거나 다른 사람이 뒤집어써줘"란 사람도 존재하더란 사실을 적어둔다. 이 경우는 나머지 사람들도 부담없이 그 자를 내다 버리시면 되겠다. 

5. 결론: "실패하는 이야기"를 위해 살펴야 할 것들

 대가가 청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다만 그 대가를 지불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다루는지, 어떻게 이어가는지, 그리고 그 대가를 어떤 방식으로 지불하는지가 문제이다. 

 실패의 결과가 짐작이 가고, 스스로 선택해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에서 일부러 실패를 골랐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래야 자신의 선택을 멋지게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나의 실패가 나의 파멸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구현하는 것도 상관 없다. 그냥 그것을 즐기면 된다. 그런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도 나도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들을 내 장대한 파멸의 이야기를 보고 눈물지어줄 조연으로, 엑스트라로 삼으려 들지만 않는다면. 


 나의 실패가 남의 파멸로 이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저 '실패를 이야깃거리로 삼는게 좋아서' 그 행동을 계속하고 싶다면, '남의 실패로 인해 자신의 캐릭터가 파멸하는 이야기를 만드는게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 파멸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좋은 사람에게 계속해서 '내 캐릭터 때문에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파멸을 당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하지 말고. 
 이런 양심불량을 대놓고 드러내보이는 사람이야 별로 없지만(있긴 있다. 유열맨들) "맨날 망해서 아쉬운데 전 그것도 좋더라구요"란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기도 모르게(알 수도 있다) 강요하는 형국이 되는 경우...있다.
 "님이랑 덥크하면 한 80%는 그 탁에서 누군가가 졈화하더라구요." ←그 누군가가 '님'이 아니라면 뭔가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저는 소관타에서 KPC 압수 당한 PC 보는게 좋아요" ← 상대방도 좋아하는지 좀 물어봐라. 싫다고 하지 말아주세요...요따위로 승인 도장 받아내는 거 말고.

 

 그리고 나의 실패를 "세션"의 주된 이야기로 삼으려고 하지는 말아야한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을 조연으로 만들어버리니까. 꼭 실패만이 아니다. 세션의 이야기와 흐름을 만들 때는 독단으로 하지 말고 합의를 하자. 남들은 리액션 기계가 아니다(이 얘기 전에도 쓰다 빡쳐했는데)

 

 마지막으로 갈수록 또 분노에 가득차버린 기분인데... 아무래도요. 

 이쪽 방면에는 좋은 기억이 한두번밖에 없네요.